본질을 호도(糊塗), 국민을 오도(誤導)

신문 기사나 방송 뉴스 등에서 "호도하고 있다"는 말을 자주 접합니다. (트위터에서 "호도하고"를 검색하면 나타나는 결과: http://goo.gl/Ix1VLE)

특히 많이 쓰이는 예시를 몇 개 들어 보겠습니다.

ⓐ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
ⓑ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 (○)
ⓒ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
ⓓ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

"호도"(糊塗)는 "흐지부지 덮는다, 감춘다"는 뜻입니다. "糊塗"의 "糊"(풀 호)는 호구지책(糊口之策), 모호(模糊) 등에 쓰이고, "塗"(진흙 도)는 여기서 "칠하다"는 뜻으로 도배(塗褙), 도료(塗料) 등에 쓰입니다.

위 네 가지 중에서 ⓐ와 ⓑ는 가능한 표현입니다. "본질을 덮는다, 진실을 감춘다"는 뜻으로 쓴 것입니다. ⓒ의 경우 "여론을 덮는다"는 뜻으로 썼다면 가능합니다. 그러나 ⓓ에 와서는 뜻을 이해하기 힘듭니다.

ⓓ를 "국민을 잘못된 곳으로 이끈다"는 뜻으로 썼다면, "호도"(糊塗)가 아니라 "오도"(誤導)를 써야 맞습니다. ⓒ의 경우에도 만약 "여론을 잘못된 곳으로 이끈다"는 뜻으로 썼다면, "여론을 오도하고 있다"고 해야 맞습니다.

정확한 뜻을 알기 위해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http://goo.gl/WYrvc 에서 "호도"와 "오도"를 찾아보겠습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 호도 [糊塗] 【명사】 풀을 바른다는 뜻으로, 명확하게 결말을 내지 않고 일시적으로 감추거나 흐지부지 덮어 버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흐지부지 넘기는 걸 호도라고 하는 건 알겠지? ≪윤후명, 별보다 멀리≫

  • 호도하다 (糊塗--) 【동사】 (비유적으로) 명확하게 결말을 내지 않고 일시적으로 감추거나 흐지부지 덮어 버리다. 풀을 바른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 현실을 호도하다 /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다 / 그들의 비리에 대하여 알레르기성 반응을 표출시키는 저변엔 내 무능을 호도해 보자는 비열한 잔꾀가 은닉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김성동, 만다라≫

  • 오도 [誤導] 【명사】 그릇된 길로 이끎.

  • 오도하다 (誤導--) 【동사】 그릇된 길로 이끌다.
    ¶ 진실을 오도하지 마라. / 나에게 있어서의 최선의 순리는 무엇이며, 그 순리를 억압하고 오도하는 역리는 어떤 것인가를 잘 가늠해야 한다.≪한승원, 해일≫

※ 위 사전에 나온 예시 중 "진실을 오도하지 마라"는 것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좀 어색합니다. "진실을 찾으려는 사람을 오도하지 마라"고 하면 자연스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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