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 디자인과 장애인 공무원 채용
이 글은 제가 2012년에 행정안전부 균형인사정보과장으로 있을 때 썼고, 2013년 9월 18일 "정책브리핑"에 실렸던 글입니다. (원문은 http://goo.gl/Loe8Ra 에 있습니다.)
유니버설 디자인이 만드는 편하고 안전한 사회
2012년 9월 19일 오후 3시에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모두를 위한 디자인 UD를 가져라!”라는 컨퍼런스가 개최됩니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www.ableforum.com)이 주최한 행사입니다. 여기서 UD는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의 약자인데,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할 것입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장애가 있는 분들, 연세 많은 분들, 또는 어린 아이들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고안한 디자인입니다.
(막대형 손잡이) |
장애가 없는 사람들도 써보니 막대형 손잡이가 편하다고 느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집과 사무실의 문에, 화장실에 설치되었습니다. 노약자나 장애인도 어렵지 않게 쓸 수 있다면, 누구에게나 편리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예는 무척 많습니다. 자동차의 오토매틱 장치, 전화기나 키보드 숫자판의 ‘5’에 있는 돌기, 스마트폰의 음성인식기능 등은 원래 장애인을 위해 고안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모두가 편리하게 쓰고 있습니다.
지금 비장애인이라고 해서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적어도 잠재적으로는 장애인입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더 편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장애인 공무원 채용, 또 하나의 중요한 효과
제가 하는 일 가운데 하나는 장애인 공무원에 관한 정책입니다. 정부에서는 7급과 9급 공개채용시험에서 장애인 구분모집을 하고 있습니다. 이와 별도로 중증장애인을 경력경쟁채용하고 있는데 지난 2012년 9월 12일에 금년 합격자 26명을 발표했습니다. 또한 이렇게 들어온 분들이 공직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근무환경도 개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들은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근거합니다. 이 법의 목적은 “장애인이 그 능력에 맞는 직업생활을 통하여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제1조). 이것만 보면 장애인 고용은 장애인만을 위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장애인 고용 후 조직에 나타나는 변화도 중요합니다.
돌이켜보면,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교육을 받거나 일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공무원이 행정서비스를 개발하면서 이용자의 성별, 연령대, 직업은 다양하게 고려해도, 장애를 고려하는 데는 서툴렀습니다. 장애인단체와 전문가 지적을 받고서야 개선하는 일이 적지 않았습니다.
건물 출입구 비탈길이나 점자 보도블럭은 처음 지을 때부터 설치하는 게 좋습니다. 다 짓고 나면 고치기도 힘들고 고치는 비용도 큽니다. 마찬가지로 행정서비스도 처음 만들 때부터 제대로 해야 합니다. 만약 담당 공무원들 중에 장애인이 속해 있다면, 장애에 관해 더 많이 고려해서 서비스를 설계할 것입니다.
국민 중에 장애인이 있는 만큼, 공무원 중에도 장애인이 있는 게 대표성 있는 정부입니다. 정부 곳곳에서 장애인들이 일하게 되면, 유니버설 디자인 관점에서 더 나은 행정서비스와 정책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것은 장애인 공무원을 채용하는 첫번째 목적은 아닐 수 있으나, 매우 크고 중요한 효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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