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의 위치 정보와 푸시 알림으로 실종자 찾기
1.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갔습니다. 어느 아이를 찾는다는 구내 방송을 들었습니다.
방송 내용을 잘 듣지 못했습니다. 제 주변에서 어떤 사람들은 대화를 했고, 또 어떤 사람들은 큰 소리로 아이를 불렀고, 우리 안에 있던 동물들도 소리를 냈기 때문입니다. 방송이 나와도 사람들이 거기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다들 사진 찍거나 통화하기에 바빴습니다.
만약 놀이동산에서 어느 부모가 갑자기 아이를 잃어버렸다면 어떻게 할까요? 부모는 관리사무소에 알릴 겁니다. 관리사무소는 방송을 할 겁니다. 그런데 놀이동산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 방송은 잘 들리지 않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아이가 위험해질 가능성은 높아갑니다.
이런 걱정을 하면서, "이 놀이동산 지역의 기지국에 물려 있는 모든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보내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절차는 이렇습니다. (1) 보호자가 실종 신고를 하면, (2) 경찰이 이를 접수하고, (3) 경찰이 통신사에 요청하여, 통신사가 아이가 실종된 곳에서 가까운 기지국을 통해 그 지역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실종된 아이의 특징을 포함한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입니다. 만약 실종자의 사진, 그것도 그날 찍은 사진이나 최근 사진을 첨부하면 더 좋을 것입니다.
2. 저는 행정자치부에서 일하는 공무원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았습니다.
동료들과 논의하면서, 긴급재난문자 서비스의 사례도 검토했습니다. 우리나라 3개 통신사를 통해 일괄하여 문자메시지를 보내기 위해서는 '실종아동법'을 개정해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보건복지부, 경찰청, 여러 통신사와 협의를 했습니다. 제가 미처 몰랐던 것을 몇가지 알게 되었습니다. 먼저 기지국 하나가 놀이동산 정도의 좁은 지역을 맡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집중국 형태로 바뀌어서 매우 넓은 지역을 맡고 있어서, 적게는 수만명이고, 많게는 10~20만명에게까지 메시지가 나간다는 점입니다.
일괄하여 문자메시지가 나가는 것에 대한 소비자의 항의가 크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날 재난안전문자가 한번 나갔는데, 몇시간만에 어느 통신사의 고객센터로 2만명이나 항의전화를 했다고 합니다.
그런 메시지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는 조언도 들었습니다. 단순히 무관심의 문제만은 아니었습니다. 어느 분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저희 집은 실종자가 있는 경우입니다. 20년도 넘게 지났지만, 지금도 실종아동 뉴스를 들으시면 저희 어머니는 몸져 누우십니다."
3. 그래서 문자메시지 일괄발송이 아닌 방법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스마트폰에서 위치 정보 기능을 켜 둔 사용자들이 많은데, 위치 정보를 사용하는 앱을 통해 푸시(push) 알림을 보내는 방법이 떠올랐습니다.
사용자가 실종아동 찾기 기능을 선택하도록 권고하고, 선택한 사람들에게만 보낸다면, 위 2번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지역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아니지만, 매우 많은 사람들, 특히 스마트폰을 활발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푸시 알림을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절차는 이렇습니다.
- 실종이 발생하면, 보호자가 실종 신고를 합니다.
- 경찰이 이를 접수하면, 어떤 서버에 실종자 찾기 정보를 등록합니다.
- 미리 협의된 회사들은 이 정보를 가져가서, "위치 정보를 켜두고 실종자 찾기 정보 수신에 동의한 사용자" 중에서 실종자가 발생한 지점에서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푸시 알림을 보냅니다.
- 수신한 사용자가 주위를 둘러보고, 실종자를 발견하거나 조금 전에 보았다면 알림 내용에 포함된 곳으로 연락을 합니다.
- 그 연락을 받은 경찰이나 보호자가 실종자를 찾습니다.
- 지도: 네이버지도, 카카오맵 등
- 배달: 배달의민족, 배달요기요 등
- 공유: 쏘카(Socar), Airbnb 등
- 소셜: Facebook, Twitter 등
- 검색: 구글, Naver, 다음 등이 있습니다.
아래 이미지는 제 스마트폰에서 위치 정보를 사용하는 앱들 일부입니다.
* 다만 카카오의 '카카오톡'(Kakao Talk)이나 네이버의 '라인'(Line) 등의 메신저 앱은 위치 정보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맞지 않습니다.
4. 이들 앱을 운영하는 회사들이 함께 해 준다면 좋겠습니다.
달가워하지 않는 회사들이 많을 거라고 짐작합니다. 실종아동 찾기가 그 앱의 본연의 기능이 아닌데, 그런 걸 얹으면 앱이 더 무거워지고, 사용자들의 불만이 나올 수도 있어서, 그 앱을 운영하는 회사로서는 부담스러운 제안일 겁니다.
하지만 이제 위치 정보를 사용하는 앱이 많기 때문에 여러 회사 중 한 두 곳만이라도 받아들여 준다면, 이 일을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신 분들 중 제게 조언을 주시거나, 협업을 해주실 분이 계시면,
- 이 블로그에 댓글로 남겨주시거나,
- 제 메일 seojoohyun@gmail.com 로 알려주거나,
- 또는 행정자치부 협업행정과 서주현 02-2100-3440 에게 연락을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 이 글에서는 간단하게 "실종아동"이라 했는데, 실제로는 연령이 많든 적든 보호자의 보살핌이 필요한 실종자들 모두가 이 논의와 관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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